"그 책 다 읽었어?" 출근 전 25분 독서로 버틴 6주

책장 옆에 사 놓고 안 읽은 책이 열한 권 쌓여 있었다. 자기 전에 읽겠다고 침대 머리맡에 올려 두면 세 쪽 만에 잠들거나, 정신 차려 보면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읽는 시간을 아침으로 옮기고, 타이머 한 번만 돌려 본 6주의 기록이다.

"그 책 다 읽었어?"

추석에 본가에 갔다가 엄마가 물었다. "작년에 너 생일 선물로 사 준 책, 그거 다 읽었어?" "아… 반쯤?" 사실 반은커녕 40쪽 근처에 책갈피가 꽂혀 있었다. 엄마는 웃으면서 "그럴 줄 알았다"고 했다.

집에 돌아와서 책장 옆을 세어 봤다. 작년부터 산 책 중에 끝까지 읽은 게 한 권도 없었음. 열한 권이 전부 앞쪽 몇십 쪽에 책갈피를 꽂은 채 쌓여 있었다. '책 사는 걸 좋아하는 거지, 읽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었나.' 그 생각이 좀 씁쓸했다.

그래도 읽고 싶은 마음은 진짜였다. 고르는 순간에는 매번 설렜으니까. 문제는 읽는 시간이 어디에도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거였음.

자기 전 독서가 실패한 이유

원래 계획은 자기 전에 읽는 거였다. 침대에 누워서 스탠드 켜고 한 챕터씩. 듣기엔 근사한데 현실은 둘 중 하나였다. 세 쪽 읽고 잠들거나, '잠깐 메시지만 확인하고' 휴대폰을 집었다가 한 시간을 날리거나.

회사 옆자리 선배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선배가 말했다. "밤엔 이미 하루치 집중력을 다 쓴 상태잖아. 난 아침에 읽어." "아침에요? 출근 준비하기도 바쁜데요." "그래서 딱 25분만 읽어. 더 읽고 싶어도 덮어."

속으로 '아침 25분이면 잠을 25분 덜 자야 하는데' 싶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전까지 휴대폰으로 뉴스랑 커뮤니티를 보는 시간이 이미 30분은 됐음. 잠을 줄일 필요가 없었다. 그 시간을 바꾸기만 하면 됐다.

규칙은 세 개만

거창하게 하면 또 그만둘 것 같아서 규칙을 세 개로 줄였다. 첫째, 일어나서 씻고 나면 바로 25분 타이머 한 번. 둘째, 휴대폰은 거실 충전기에 꽂아 두고 방에 들고 오지 않는다. 셋째, 식탁에는 책 한 권만 올려 둔다.

세 번째 규칙이 의외로 중요했다. 열한 권을 다 쌓아 두면 아침마다 '오늘은 뭘 읽지' 고민하다 5분이 갔다. 한 권만 꺼내 두니 고를 게 없었다. 그 책을 끝내거나 놓아줄 때까지는 다른 책을 꺼내지 않기로 했음.

타이머는 노트북 대신 태블릿에 띄워 뒀다. 소리는 빗소리를 아주 작게 깔았다. 아침엔 윗집 청소기 소리나 밖에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가 신경 쓰였는데, 빗소리가 그걸 적당히 덮어 줬다. 다만 이건 내 경우였고, 백색소음이 독서 집중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결과가 엇갈린다. 조용한 게 더 좋다는 사람도 많다.

담요 위에 놓인 주황색 자명종 시계와 뒤쪽의 책, 머그잔
참고 사진. 아침 식탁 풍경이 대충 이랬다. 시계 대신 타이머, 차 한 잔, 책 한 권. 사진: Sanah Suvarna, Wikimedia Commons (CC0).jpg)

25분에 몇 쪽이나 읽을까

첫 주에 일부러 쪽수를 세어 봤다. 소설은 25분에 30쪽 안팎, 경제서나 과학책은 15쪽 정도였다. 하루 한 번이면 300쪽짜리 소설은 열흘, 두꺼운 논픽션은 3주쯤 걸리는 계산이다. 숫자로 보니까 '이게 되긴 하네' 싶었다.

둘째 주부터는 25분이 끝나면 책을 덮기 전에 포스트잇에 한 줄을 적었다. 오늘 읽은 부분에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나 내 생각 하나. 다음 날 아침 그 포스트잇부터 읽으면 어제 어디까지 읽었는지가 바로 떠올랐다. 예전처럼 몇 쪽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 없어졌음.

제일 어려웠던 건 25분이 끝났을 때 덮는 거였다. 재밌는 장면에서 알람이 울리면 '조금만 더'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10분 더 읽은 날은 출근 준비가 밀려서 지하철을 뛰어 탔다. 그 뒤로는 그냥 덮었다. 이상하게도 덮은 자리가 궁금해서 다음 날 아침이 기다려졌음.

다 못 읽은 책을 놓아주기

4주째에 한 권에서 막혔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해서 산 두꺼운 역사책이었는데, 매일 25분을 앉아 있어도 한 쪽 한 쪽이 너무 무거웠다. 일주일 동안 60쪽을 겨우 넘겼다.

선배한테 "이거 끝까지 읽어야 할까요?" 물었더니 선배가 웃었다. "재미없으면 덮어. 책은 숙제가 아니잖아." "그래도 산 게 아까워서요." "그 아까운 마음 때문에 다른 열 권도 못 읽고 있는 거 아니야?"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그 책은 책갈피를 꽂은 채 책장에 다시 꽂았다. '지금은 아니다' 정도로만 생각하기로 했다. 대신 다음 책으로 꺼낸 짧은 에세이를 사흘 만에 끝냈다. 놓아준 것도 진도로 쳐야 한다는 걸 그때 알았음.

6주 뒤, 다시 엄마의 전화

6주 동안 아침 타이머를 누른 날은 주말을 빼고 26일 정도였다. 늦잠 잔 날, 회식 다음 날 아침은 대부분 건너뛰었다. 그래도 그사이 세 권을 끝냈다. 엄마가 사 준 그 소설도 그중 하나였다.

다 읽은 날 엄마한테 전화했다. "그 책 다 읽었어. 마지막에 그렇게 끝날 줄 몰랐네." "진짜? 거기서 나 울었잖아." 그날 통화가 평소보다 20분은 길었다. 책 한 권으로 엄마랑 이렇게 오래 얘기한 건 처음이었음.

아침 25분이 독서에 최적이라는 근거는 없다. 나한테 맞았던 건 시간이 아니라 자리였다. 집중력이 남아 있는 시간에, 휴대폰과 떨어진 자리에서, 고를 필요가 없는 책 한 권. 어떤 사람에게는 점심시간 25분이나 퇴근 지하철이 그 자리가 될 수도 있다.

쌓아 둔 책이 있다면

6주 동안 바뀐 건 의지가 아니라 읽는 자리였다. 책장 옆에 책이 쌓여 있다면 이렇게 시작해 보길 권한다.

  • 읽는 시간을 하루 중 '집중력이 남아 있는' 때로 옮긴다. 나에게는 출근 전이었다.
  • 목표를 쪽수가 아니라 '타이머 한 번'으로 잡는다. 한 번만 해도 성공이다.
  • 휴대폰은 다른 방에 둔다. 손이 닿는 곳에 있으면 25분을 못 버틴다.
  • 책은 한 권만 꺼내 둔다. 고르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
  • 끝날 때 포스트잇에 한 줄 적는다. 다음 날 시작이 빨라진다.
  • 재미없는 책은 놓아준다. 그 한 권 때문에 나머지를 못 읽는 게 더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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