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타 아직 케이스에 있어?" 퇴근 후 25분 기타 연습 두 달

3년 전에 산 기타가 침대 밑 케이스 안에서 먼지만 먹고 있었다. "주말에 날 잡고 제대로" 하겠다는 다짐은 매번 미뤄졌다. 하루 25분, 타이머 한 번만 돌리기로 하고 두 달을 버텨 본 기록이다.

"주말에 날 잡고 제대로 하려고"

기타를 산 건 3년 전 겨울이었다. 유튜브에서 누가 퇴근하고 방에서 노래 한 곡을 치는 영상을 보고, 그날 밤에 바로 주문했다. 처음 2주는 열심히 쳤다. 그 뒤로는 케이스에 들어가 침대 밑으로 들어갔고, 그대로 3년이 지났음.

올여름 회사 동기랑 점심을 먹다가 기타 얘기가 나왔다. 동기는 대학 때 밴드를 했던 사람이다. "그 기타 아직 케이스에 있어?" "주말에 날 잡고 제대로 하려고." "날 잡고 한다는 사람 치고 진짜 치는 사람 못 봤다."

웃으면서 넘겼지만 속으로는 '맞는 말이라 더 얄밉네' 싶었다. 그날 저녁 침대 밑에서 케이스를 끌어냈다. 줄은 녹이 슬어 있었고 튜닝은 엉망이었음.

일요일 세 시간이 남긴 건 물집뿐

처음엔 하던 대로 했다. 줄을 새로 갈고, 일요일 오후에 세 시간을 비웠다. 오랜만이라 의욕이 넘쳤고, 코드표를 펴 놓고 쉬지 않고 쳤다. 끝날 즈음엔 왼손 손끝 세 개에 물집이 잡혀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 주였다. 손끝이 아파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기타를 못 잡았고, 금요일엔 회식이 있었다. 다음 일요일에 다시 앉았더니 지난주에 잡았던 코드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음. '아, 3년 전에도 딱 이렇게 그만뒀구나.' 그제야 패턴이 보였다.

시간이 없어서 못 한 게 아니었다. 한 번에 너무 많이 하고, 그 반동으로 한참을 쉬는 게 문제였다.

하루 25분, 타이머 한 번만

그래서 규칙을 거꾸로 세웠다. 평일 저녁 먹고 나서 25분 타이머 딱 한 번. 더 치고 싶으면 5분 쉬고 한 번 더 해도 되지만, 한 번만 해도 그날은 성공으로 친다. 목표를 '연습 시간'이 아니라 '타이머 누르기'로 잡은 셈이다.

25분 안에서도 순서를 정해 뒀다. 처음 5분은 손가락 풀기, 다음 10분은 코드 바꾸기 연습, 마지막 10분은 좋아하는 곡 한 곡. 뭘 할지 고민하다 시간이 가는 걸 막으려는 거였음.

휴식 5분에는 기타를 내려놓고 손을 쉬게 했다. 손끝이 아물 시간을 주니 물집이 다시 잡히지 않았고, 대신 조금씩 굳은살이 생겼다. 연습할 때는 소리를 다 끄고 화면의 숫자만 켜 뒀다. 기타 소리랑 빗소리가 섞이면 내 소리가 잘 안 들려서다.

케이스를 버리고 스탠드를 샀다

첫 주에 의외의 걸림돌이 있었다. 기타를 침대 밑에서 꺼내고, 케이스를 열고, 튜닝하는 데만 5분이 걸렸다. 피곤한 날은 그 5분이 귀찮아서 타이머까지 가지도 못했음.

그래서 만 원짜리 기타 스탠드를 사서 책상 옆에 세워 뒀다. 퇴근하고 방에 들어오면 기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손만 뻗으면 잡히니 시작이 훨씬 쉬워졌다. 같이 사는 형이 지나가다 한마디 했다. "인테리어 소품 생겼네." "소품 아니고 연습용이야." "그래, 두 달 뒤에 다시 보자."

책상 옆 스탠드에 세워 둔 어쿠스틱 기타
참고 사진. 내 방도 딱 이런 모습이 됐다. 케이스 대신 스탠드에 세워 두니 꺼내는 수고가 사라졌다. 사진: ILoveCustard, Wikimedia Commons (CC0)

F코드 앞에서 2주를 멈췄다

3주째에 F코드를 만났다. 검지 하나로 여섯 줄을 다 눌러야 하는 바레 코드인데, 아무리 눌러도 두세 줄은 뭉개진 소리가 났다. 매일 25분을 채웠는데 2주 동안 나아지는 게 느껴지지 않았음.

어느 날 형이 방문 앞에서 물었다. "어제랑 똑같은 소리 같은데?" "어제보다 한 줄 더 울렸거든."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정말 그런가? 나도 모르겠는데' 싶었다.

그날부터 일요일마다 휴대폰으로 30초씩 녹음을 했다. 같은 곡, 같은 구간이다. 4주째에 첫 주 녹음과 나란히 틀어 보니 차이가 확실히 들렸다. 매일 듣는 귀로는 몰랐던 변화였다. 그 30초 녹음이 정체기를 버티게 해 줬음.

두 달 뒤, 동기 앞에서 한 곡

두 달 동안 평일 기준으로 41일 정도 타이머를 눌렀다. 회식 날과 야근 날은 대부분 빠졌다. 한 번만 하고 끝낸 날이 절반이 넘었고, 기분 좋은 날은 세 번까지 했다. 다 합쳐 60세션이 조금 안 됐다. 시간으로 치면 25시간이 안 되는, 크지 않은 양이다.

그래도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멈추지 않고 칠 수 있게 됐다. 동기 집들이 날 기타를 들고 가서 쳤더니 동기가 말했다. "오, 진짜 쳤네." 그 한마디가 생각보다 오래 기분 좋았음.

짧게 자주 하는 연습이 몰아서 하는 연습보다 낫다는 연구는 운동 기술 쪽에서 꽤 쌓여 있다고 한다. 다만 25분이 최적이라는 근거는 없다. 나한테 25분은 퇴근 후에도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은 크기였을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15분이 맞을 수도 있다.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3년 전과 이번이 달랐던 건 의지가 아니었다. 시작하는 문턱을 낮추고, 쉬는 날이 생겨도 다음 날 다시 타이머를 누를 수 있게 만든 것뿐이다. 오래 묵혀 둔 악기가 있다면 이렇게 해 보길 권한다.

  • 목표를 연습 시간이 아니라 '타이머 한 번 누르기'로 잡는다. 한 번만 해도 성공이다.
  • 25분 안의 순서를 미리 정해 둔다. 뭘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없앤다.
  • 악기는 케이스가 아니라 눈에 보이는 곳에 둔다. 꺼내는 수고가 생각보다 크다.
  • 휴식 5분에는 손을 쉬게 한다. 물집이 잡히면 며칠을 통째로 날린다.
  • 정체기가 오면 일주일에 한 번 녹음해서 비교해 본다. 매일 듣는 귀는 변화를 못 알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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