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또 뭐 새로 시작하냐?"
퇴근하고 식탁에 노트북을 펴니까 동생이 지나가다 화면을 들여다봤다. "그 큰 숫자는 뭐야?" "뽀모도로. 25분 집중하고 5분 쉬는 거." "또 뭐 새로 시작하냐. 지난달엔 아침 6시에 일어난다며." 할 말이 없어서 그냥 시작 버튼을 눌렀다.
솔직히 25분이 이렇게 긴 줄 몰랐다. 12분쯤 됐을 때 손이 저절로 휴대폰으로 갔다. 알림이 온 것도 아닌데 그냥 확인하고 싶었다. 화면을 켰다가 노트북의 타이머 숫자가 계속 줄어드는 게 눈에 들어와서 슬그머니 엎어 놨다. 그날은 세 세션 했다. 세 번째는 거의 멍하니 앉아 있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셋은 셋이다.
화요일: 휴식 5분이 30분이 됐다
오늘 깨달은 것. 5분은 짧은 영상 세 개면 끝난다. 그리고 세 개에서 멈추는 사람은 없다.
첫 세션 끝나고 "5분만" 하면서 영상을 열었는데 정신 차려 보니 30분이 지나 있었다. 타이머는 휴식이 끝났다고 진작 울렸는데, 소리를 듣고도 "이것만 보고" 했다. 결국 두 번째 세션은 시작도 못 하고 잤다.
자기 전에 메모장에 적었다. 휴식 시간에는 화면 안 보기. 물 마시기, 창문 열기, 스트레칭 정도만.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수요일: 빗소리를 켜 봤다
타이머 옆에 소리 메뉴가 있길래 하나씩 눌러 봤다. 빗소리, 장작 타는 소리, 카페, 파도. 카페 소음은 사람 말소리가 웅성거려서 오히려 귀가 쫓아갔고, 파도는 이상하게 졸렸다. 나한테는 빗소리가 제일 맞았다. 볼륨을 낮게 깔아 두니까 옆방 TV 소리가 덜 거슬렸다.
동생이 또 지나가면서 "비 와?" 하고 창밖을 봤다. "아니, 노트북에서 나는 거야." "…너 진짜 진심이구나." 칭찬인지 놀림인지 모르겠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게 집중력을 올려 줬는지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소리를 켜는 순간이 "이제 시작한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는 것. 그게 나한테는 꽤 컸다. 오늘은 네 세션.
목요일: 한 세션도 못 했다
야근하고 들어오니 열 시가 넘었다. 노트북을 열기는 열었는데 시작 버튼을 누를 힘이 없었다. 그냥 덮고 씻고 누웠다.
누워서 좀 자책했다. 역시 사흘이구나, 하고. 그러다 생각을 바꿨다. 매일 똑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오늘 못 한 건 못 한 거고, 내일 한 세션만 하면 끊긴 게 아니라 쉬어 간 거다. 그렇게 정하니까 마음이 좀 편해졌다.
금요일: "25분이면 일 못 하지 않아?"
점심에 친구랑 통화하다가 이 얘기를 했더니 친구가 바로 물었다. "25분마다 끊으면 흐름 다 깨지지 않아? 나는 한번 잡으면 두 시간은 가야 되던데." 나도 그게 걱정이었다. 실제로 오늘 저녁 두 번째 세션에서 한창 잘 풀릴 때 타이머가 울렸다.
그래서 이렇게 해 봤다. 알람이 울리면 바로 일어나지 않고, 지금 하던 생각을 한 줄로 메모장에 적는다. "표 세 번째 줄 숫자 다시 확인할 차례" 이런 식으로. 그러고 5분 쉬고 돌아오니까 그 한 줄 덕분에 바로 이어서 할 수 있었다.
친구 말도 틀린 건 아니다. 흐름이 정말 좋을 땐 25분이 짧을 수 있고, 집중 시간을 늘려 쓰는 사람도 많다. 나는 아직 25분도 버거운 수준이라 일단 그대로 가 보기로 했다.
일요일: 일주일 동안 남은 것
타이머 화면에 완료한 세션 수가 쌓이는 게 생각보다 좋았다. 이번 주를 세어 보니 열다섯 세션 정도. 많지는 않다. 그래도 지난주에는 "오늘 뭐 했지?" 하고 잠들었는데, 이번 주에는 적어도 몇 번 앉아서 뭘 했는지는 안다.
아침에 동생이 물었다. "그래서 그거 계속 할 거야?" "응, 일단 다음 주도." "이번엔 좀 가네." 그 말이 은근히 뿌듯했다. 일주일 동안 내가 배운 건 대충 이 정도다.
- 25분은 생각보다 길다. 처음엔 끝까지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휴식 시간에 화면을 보면 휴식이 끝나지 않는다. 몸을 움직이는 쪽이 돌아오기 쉽다.
- 배경 소리는 효과가 있는지보다 "시작 신호"로 쓸모가 있었다. 어떤 소리가 맞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 못 한 날은 그냥 넘긴다. 다음 날 한 세션이면 이어진 거다.
- 알람이 울릴 때 하던 생각을 한 줄 적어 두면 다시 돌아오기 훨씬 쉽다.